함께 쓰는 CCM리뷰 [리뷰] Coffee Break - Flute (Quiet Moments with God) (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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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인피니스 댓글 0건 조회 10,059회 작성일 17-12-06 11:39본문
최근에 드라마 ‘미생’의 OST 음반을 사서 들었다. 드라마를 너무 감명 깊게 봤던 터라 드라마에서 나온 노래들을 듣고 싶어서였다. OST 음반에는 노래와 함께 드라마에 쓰인 연주 음악도 들어가 있었다. 당연하다. 내가 연주 음악을 들으면서 좋았던 건, 음악을 들으면서 드라마에서의 상황이 떠올랐다는 것이다. 마치 장면과 음악이 한 몸처럼 느껴졌다. 연주 음악은 그래야 한다. 음악이 튀지 않고 장면과 잘 어울려야 하는 것이다.
OST 음반이 아닌, 일반 연주 음악은 어떠해야 하는가? 듣는 사람의 심정, 듣는 사람의 상황에 그려진 장면과 맞아야 한다. 그래서 듣는 사람은 연주 음악을 고를 때 내가 어떤 경우에 들을 건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기분을 활기차게 하고 싶은데 낮고 무거운 첼로나 콘트라베이스 연주 음악을 들어선 안되고, 기분을 고요하게 하고 싶은데 드럼 비트가 강하고 일렉기타 소리 요란한 연주 음악을 듣지는 않을 거다.
반대로 연주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듣는 사람이 어떤 경우에 듣길 원하는지 파악하고 그에 맞는 편곡과 악기, 연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좋은 연주 음악은 음악을 들을 때 음악이 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음악이 나의 심정과 장면에 정확히 일치하여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게하고, 갖고 싶은 감정을 갖게 하여 ‘음악을 듣되 음악이 들리지 않게 하는 음악’이 좋은 연주음악이다.
이 앨범 『COFFEE BREAK』을 들으면서 나는 카페에서 책을 읽었는데 음악이 들리지 않았다. 책을 어느 정도 읽었을 때 음악을 안 틀었나 싶어 확인했을 정도였다. 그때 이 깨달음이 들었다. 이 앨범을 통해 커피를 마시거나,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을 갖거나, 책을 읽을 때 듣는다면 여러분도 음악을 틀되 음악이 들리지 않는 기현상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연주자의 연주 실력이나 쓰이는 악기는 무의미하다. 물론, 앨범 주제를 정확히 파악하여 만든 이의 탁월한 편곡 실력과 연주자의 뛰어난 연주 실력이 있으니 음악이 들리지 않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이 앨범에서는 플루트가 주로 쓰였는데 좋은 선택이다. 앨범 재킷도 나무 색깔로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잔잔한 연주 음악을 자주 듣는 편인데 어느 앨범은 악기 소리가 두드러져서 분위기를 헤치고, 어느 앨범은 조용하게 진행되는데 졸리고, 어느 앨범은 멜로디 라인에 거칠고 생뚱맞은 음이 들어가서 거칠어 신경이 거슬리기도 하다. 하지만 이 앨범은 모두 고르고 매끈한 멜로디라인을 가지면서 고요하게 심경을 어루만진다.
첫 곡 ‘Lord I Come Before Your Throne Of Grace(주님 보좌 앞에 나아가)’만 예배 곡으로 잘 알려져 있지 나머지 곡은 우리에겐 많이 익숙하지 않은 곡들이라 교회 카페가 아니라 일반 커피 매장에서 틀어도 아주 좋은 앨범이 될 것 같다.
연주 음악 앨범이 넘쳐나고 있어 앨범 고르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유튜브나 스트리밍 서비스로 받은 저 품질의 음악으로 분위기를 만들려 하는 때에 아주 좋은 연주 음악 앨범이 나왔다. 이 앨범이 전국 4만 9600곳(2015년 기준)의 커피 전문점과 자기 방에서 혼자의 시간에 잠기길 원하는 곳에 들려 지길 소원한다.
- 글 : 이성구(순전한 나드 출판사, http://mutation0212.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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